

철저히 실패한 인생
반 고흐 전시회 앞부분에 엄청나게 길게 반 고흐 생애가 적혀있었다. 맞지도 않는 일에 상사와 고객과 갈등을 겪다 직장을 그만두고, 전도라는 비정규직 전전하다 결국 그림 배운다고 늦은 나이에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그 후 남은 인생을 동생 돈으로 살아간다. 나중에는 부모와 싸우고 관계가 틀어지고 동생 태오에게도 욕까지 먹는다. (그럼에도 그 동생은 돈을 반 고흐가 죽기 전까지 보냈다고 한다.) 나중에는 정신병원에 들어가게 되는데 정신 병원에서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조치된 후에는 자살한다.
반 고흐는 그림 붉은 포도밭을 제외하고 한 작품도 못 파는 실패한 인생을 살았다. 그 인생에 얼마나 많은 고통이 있었을까.... 전시회 작품 보기도 전에 눈물 나는 거 참느라 힘들었다.
잘 그린 듯, 못 그린 듯
선이 굵고 거칠어 섬세하게 그림은 그린 것 같지는 않은데 명함은 또 엄청 디테일하게 넣으려고 신경을 쓴 느낌이었다. 일반인 치고 잘 그렸는데 그렇다고 아름답거나 독창적인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그 당시에는 독창적이었을지도 모른다. 근데 만약 반 고흐 그림이 아니라면 이 그림들의 평가가 지금과는 같지는 않았을 것 같다.) 다만 그의 편지 내용이나 드로잉 연습을 한 흔적을 보면 그가 굉장히 노력한 것임에는 틀림없었다. (이 사실이 나를 더 우울하게 만들었다.)
전시회 작품들은 반 고흐 하면 생각나는 그림 몇 점은 있을지 몰라도 대체적으로는 많이는 알지 못할 만한 그림들이 있었다. 그의 인생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그림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그의 작품을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지는 단순히 눈으로만 알기 어려워 큐피커(전시회 오디오 가이드 어플) 유료 결제를 추천한다.
모든 작품들은 같은 결의 고급스러운 무광 목재 프레임 안에 담겨 있는데 너무 화려하지 않고 담백하고 소박 느낌을 준다. 비참한 인생을 살았지만 그럼에도 고결한 영혼을 가진 그의 생애에 대한 존경을 보여 주는 것 같았다.
같이 간 가족 중 한 명의 말로는 작품들이 우울한 느낌이라고 했다. (태양빛이 뭐 어때서 어땠다고 했는데 기억이 안 난다.) 전시장이 어두워서 그런 걸 수도 있고, 전시장 글을 안 읽었어도 반 고흐 생애가 행복하지 않다는 건 모두가 아는 거라 그런 걸 수도 있고, 색감은 다양해도 행복해 보이는 그림들이 아니기도 했다.
남아있는 몇 가지 궁금증
동생은 형에게 어떻게 돈을 부쳤을까? 우체국? 은행? 대체 얼마나 돈을 보냈을까? 보면 또 자주는 아니지만 여행도 다녔던데 그건 어떻게 간 걸까? 정말 그림을 그린다는 이유로 알바 한번 하지 않은 걸까?
그리고 그림 많이 그렸는데 보관은 어떻게 한 걸까? 동생 집으로 보낸 것 같은데 그 많은 그림들을 집에 보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내 집 한편에 그림이 쌓여있다고 생각하니 부동산 한 평 한 평이 중요한 요즘 내 가족이 이런 부탁을 하면 정말 이런 일이 가당 키나 한 일일까 싶었다.
크뢸러 뮐러 부인은 대체 누구일까? 작품들이 이후에 크뢸러 뮐러 부인이라는 사람 손에 갔다고 종종 언급되는데 반 고흐 컬렉션을 상당히 많이 보유한 귀족이나 부자인 건가?
반 고흐가 이 시대에 태어났다면?
요즘에는 미술이나 예술의 영역은 시작할 때 워낙 돈이 많이 들어가니 재능이 없거나 가난하면 시작조차 잘 안 하는데 반 고흐 시절에는 달랐던 건지 어째서 예술을 하려고 했던 건지는 설명이 없어 모르겠다.
해외라면 모르겠지만 지금 우리나라로 치면 인스타나 틱톡으로는 댓글로 욕먹고 트위터에서는 인용 조롱 받았을 것 같다. (S대 연구직 취미 그림러가 데포르메 이상하다고 저격할 듯.) 그래도 투자 목적으로 예술을 사는 사람들도 많고, 온라인 경매도 열리고 NFT로도 작품을 팔 수 있으니 작품은 과거보다 더 많이 팔았을 것 같다. 근데 의외로 그림은 안 그리고 유튜버를 했을지도 모른다. 반 고흐가 유튜브를 시작한다면 어떤 채널은 운영했을까?
이 시대의 반 고흐들
지금도 수많은 제2의, 제3의 반 고흐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유작이 되어서도 평가가 그대로일지도 모른다.
예술뿐만이 아니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을 때, 세상이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지 못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끝끝내 자신을 제외하고 주변을 전부 변화시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올바른 자신의 뜻을 관철해 나가고 끝없이 도전하고 고귀한 영혼을 지켜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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