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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축제

STAR ROAD ~ 2026 ALPHA DRIVE ONE FAN-CON ~ 중콘 후기

 

셔틀버스


주말 아침 6시, 정말 일어나기 너무 싫었다. 근데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인천땅끝마을에 있어서 셔틀을 놓치면 사실상 공연장에 가기가 힘들어 아침 7시 반에 출발하는 카카오 셔틀을 타려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공식에서 준비한 셔틀이 카카오 셔틀이었는데, 최소 40명이 탑승자가 있어야 셔틀이 운영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신청자가 부족했는데, 나중에 셔틀 확정 유무가 결정되기 6일 전쯤에 결국 확정이 됐다. 셔틀이 없었으면 과연 나는 갈 수 있었을까.

생각보다 가는데 오래 걸렸다. 오전 10시 좀 넘어서 도착했다. 그때 인스파이어는 한산해서 그런지 콘서트장 분위기가 나지는 않았다. MD판매 오픈시간(10시)에 맞춰 오려고 일찍 출발한 것 같은데, 팬콘 규모가 크지 않고 MD존에 스태프분들이 워낙 많아서 티켓부스 오픈시간(12시)에 맞춰 셔틀을 준비하는 게 더 좋았지 않았을까 싶다.


인스파이어


인스파이어 아레나가 있는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내부는 고급스럽게 인테리어 되어 있었는데, 굉장히 화려한 대리석 바닥과 카펫 그리고 중간중간에 미술품을 걸어둔 게 호텔을 연상케 했다. 화장실 인테리어도 고급스럽고 로비에서는 은은하게 향수 냄새가 났다. 리조트 내 CU 편의점 인테리어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내부에 위치한 CU 편의점


인스파이어 아레나가 실내에 위치한 공연장이라, MD부스나 앨리즈존(팬클럽 특전존), 티켓 수령 공간이 리조트 곳곳에 분산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길이 좀 헷갈렸었다.

아레나 공연장 외에도 카지노, 게임장, 르 스페이스라고 하는 체험 공간, 스플래시 베이라는 워터파크가 있었다. 나머지는 식당이나 카페, 쇼핑몰로 채워져 있었다. 리조트 이용객들의 놀거리와 먹을거리를 파는 곳 같다.
 
 

보조배터리


밥 먹는 시간 제외하고 거의 6시간을 인스파이어 내부에서 대기해야 했다. 세 시간 정도는 인스파이어가 처음이니까 인스파이어 내부를 탐험했고, 나머지 세 시간 정도는 카페에서 음료를 테이크아웃 해서 로비 벤치에 앉아 핸드폰 배터리도 아낄 겸 밀리의 서재를 읽었다.

처음에는 대기시간에 아무 생각 없이 평소처럼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보다 배터리가 부족해서 큰일 날 뻔했다. 혹시 몰라 챙겨 온 오래된 5,000mAh 보조배터리가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그 오래된 보조배터리와 난생처음 해보는 핸드폰 초절전 모드를 써가며 버틴 것 같다. 인스파이어 공연을 보러 가려면 최소 10,000mAh 보조배터리에 집에서 나올 때부터 초절전 모드를 사용해야 할 것 같다.

공연을 보려면 셔틀과 장시간의 대기가 필수인데, 대기시간에 만만하게 할 만한 게 카페에서 음료 마시며 핸드폰으로 시간을 때우는 것이다. 근데 이마저도 오후 정도가 되면 카페에 자리가 없어서 테이크아웃을 하고 인스파이어 로비 벤치에 앉아서 마셔야 한다. 카페에 자리가 있다고 해도 콘센트가 없기 때문에 핸드폰이나 전자기기를 충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스파이어 실내에 무료 와이파이가 잘 터지고 정말 빠른 건 좋은 일이지만, 6시간 대기를 하기에는 정말 정말 지루한 것 같다. 인스파이어 안에 PC방이나 만화방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인스파이어 아레나 입구

 

앨리즈 존


밥 먹고 12시가 넘어서 슬슬 앨리즈 존에 가려고 아레나 쪽으로 다시 가보니 사람들이 엄청 많이 있었다. 그때부터는 정말 콘서트를 하는구나 싶었다. 그렇게 앨리즈 존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사람들이 신분증으로 전부 여권을 꺼내 준비하더라. 내 주변 5미터로 신분증이 여권밖에 안 보이는 것이다. 처음에는 왜 굳이 귀찮게 여권을 들고 가나 싶었는데 파란 여권을 든 사람들이 사탐, 과탐 얘기를 꺼내는 걸 듣고, 여권을 든 사람들 전부 주민등록증이 없는 외국인과 미성년자라는 걸 깨달았다. 신분증으로 신원확인받는 내가 늙은이가 된 것 같았다. 내가 가본 콘서트 중에서 가장 10대 팬들이 많았다. 사람들 말로는 연령대가 골고루 있었다고 하고 티켓팅 통계에도 10대부터 40대까지 고루 분포되어 있었는데, 다른 콘서트장에 보통 2~30대가 주로 모이다 보니 다양한 연령대가 고루 있는 게 좀 특별했던 것 같다.
 


사운드 체크


사운드 체크(이하 사첵)를 갈 때는 이미 인스파이어 망령이 되어 온몸이 너무 지친 상태였다. 앞으로 집에 도착하기 전까지 7시간 30분이나 남았구나 자고 싶다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사첵이 시작되고 멤버들이 나와서 무대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인사도 해주고 마이크를 들고 노래도 불렀다. 3곡을 불러줬는데, 너무 피곤해서 감동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핸드폰으로 보던 외모와 크게 다르지 않게 똑같이 잘생겼더라. 요즘 카메라 성능이 좋아서 핸드폰 사진과 실물이 비슷하다는 것에 공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졸린 와중에 조우안신이 노래를 잘하고, 허씬롱과 상현의 랩하는 톤이 굉장히 좋다는 생각을 했다. 근데 본공연도 이렇게 아무런 느낌이 안 들면 안 되는데 탈주하고 싶어지면 어떡하지 싶은 그런 불안감도 들었었다.

알디원이 무대를 돌아다니면 주변에 몇몇 애기 앨리즈들은 비병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인터넷 보고 배운 팬서비스 해달라고 하는 친구들도 몇몇 있었다. 그래도 그리 많지는 않았고, 알디원 멤버들도 팬서비스를 무리하게 받아서 해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본공연 때 응원 보드 드는 타이밍이 따로 있었다. 그 때 카메라로 멤버별 하나씩 잡아줬다.) 핸드폰이나 카메라를 들고 찍는 사람들도 별로 없었다. 아직은 좀 깨끗한 도화지 같은 팬덤이구나 싶었다.
 
 
사첵이 끝나고 배고픔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지쳐있는 상태였다. 눈앞에 회오리 감자가 보여서 바로 사서 먹었다. 뒤로 갈수록 느끼해서 별로였다. 회오리 감자를 다 먹고 꼬치를 버리려고 쓰레기통을 찾다가 라면 냄새가 났다. 누가 여기서 라면을 끓여 먹나 취사가 가능한 건가 싶었는데, 라면을 파는 부스가 있더라. 알고 보니 모든 부스에 다른 메뉴를 팔고 있던 거였다. 나는 지쳐서 그냥 눈앞에 감자를 먹은 것이다. 솔직히 회오리 감자보다 라면을 먼저 봤다면, 라면을 먼저 먹었을 것 같다. 다음에 인스파이어에 가면 뒤도 안 돌아보고 라면을 먹어야지.
 
 

본공연

인스파이어 F5 시야

일단 플로어 뒤쪽이었지만, 머리 사이로 본무대에서 공연하는 모습이 대부분 보였고, 특히 돌출에서는 가깝게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역시 좌석이 최고다.) 무대가 움직여 뒤쪽으로 갈 때를 제외하고는 모든 무대를 정면으로 볼 수 있는 게 장점 같다. 대부분 무대는 돌출이 아니라 본무대에서 진행이 되었고, 돌출에서는 무대는 3곡 정도에 안 울리는 챌린지가 진행됐다.

위치표시 : 👑
본무대 방향 시야
돌출 무대 방향 시야

 

감상

첫 곡부터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강력한 비트에 잠이 전부 깨버렸다. 음악에 맞춰 앰프가 공연장을 울릴 때마다 내 몸에도 진동이 전해져서 너무 시원했다. 노래는 전부 신나고 모든 멤버가 열심히 춤을 추니까 진짜 누구에게 눈을 둬야 할지 모르겠더라. 단차 없는 플로어여도 전부 좌석이라 무대에서 춤을 추는 게 얼추 다 보여서 감동이 엄청나게 컸던 것 같다. 돌출에서 춤을 출 때는 너무 가까워서 멋짐도 배로 느껴진 것 같다.
 
 

FREAK ALARM

아직은 연차가 적어 곡 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모든 노래가 신나서 너무 좋았다. 게다가 땀 흘리며 열심히 추는 게 눈에 보이니 더 열심히 응원하게 되고 무대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안무가 하나같이 애매한 거 없이 노래랑 잘 어울리고 영상으로만 봤을 때보다 더 멋있게 느껴졌다. 알디원이 요즘 남자 아이돌 중 가장 멋진 것 같다.
 

안 어울리는 챌린지

원래라면 벌칙으로만 챌린지를 췄던 것 같은데 벌칙을 안 해도 되는 멤버들도 챌린지 춰주고, 한 번 더 외치면 안 빼고 한 번씩 더 춰줬다. 첫 공연 때 아쉬웠다는 부분들을 최대한 수용을 해서 중콘에 바로 적용해 준 것 같다. 그만큼 챌린지도 더 많이 준비해야 했을 텐데 고마웠다.


공연 끝날 때쯤 굿라이프 EDM 버전으로 다 같이 뛰면서 즐기는 타이밍에 씬롱이가 헤드스핀을 도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왜 이렇게 무리를 하는지 기분 좋을 때 헤드스핀 도는 거라 했지만 힘든 기술인 것도 아니까, 기쁘면서도 막 너무 짠해지고 정말 고마운데 또 슬프고 그런 묘한 감정이 들었다. 그리고 콘서트 감상 멘트할 때 자기가 춤을 언제까지 출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는 말에 눈물 날뻔했다. (씬롱아...ㅠㅠ)


Welcome Home

 
알디원 멤버들이 직접 작사했다고 해서 너무 놀랐다. 데뷔한 지 1년도 안 돼서 직접 작사에 참여한 곡이 나온다고? 서바이벌 프로그램 출신 그룹에 웨이크원에서?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래는 정말 분위기 있고 멋있었다. 다른 느린 곡이 수록곡으로 나와도 세련된 R&B 나 소울을 부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다음 앨범이 기대된다.
 
 
막상 집 도착해서는 도파민이 더 올라서 정신은 더 멀쩡해지고 알디원 콘서트 너무 재밌게 잘 즐겼구나 싶었다. 콘서트에 또 가고 싶어졌다. 알디원란 그룹에 애정도 더 강해지고 '아 진짜 드라이브투더탑 처하자 스밍 열심히 해야지' 상태가 되었다. 알디원이 더 잘 됐으면 좋겠고, 전원 재계약해서 7년 뒤에도 포뮬라, 로우플레임 무대 해줬으면 좋겠다.
 

 
알디원은 콘셉트는 캐주얼하게 노래는 세련되게를 추구하는 것 같다. 진짜 간지 빼면 시체인 그룹 같다. 묵직하고 강렬한 비트의 곡들도 발랄하고 청량한 빠른 비트의 곡들도 퀄리티가 있고 세련된 느낌이 든다.

웨이크원이 대기업 계열사라 그런지 타이틀뿐만 아니라 수록곡 수급도 잘해 오는 것 같다. 게다가 작사도 잘한다 싶은 게 노래를 반복해서 들으면 가사를 따로 보지 않아도 입에 잘 붙는다. 그래서 노래가 대중픽을 받지 못할지라도 개인적으로는 만족하며 듣는 것 같다.

진짜 오랜만에 멋진 남자 아이돌 그룹을 본 것 같고, 학창 시절에 남자 아이돌 보면서 느꼈던 두근거림이 다시 느껴지는 것 같다.